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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수영이 아름다운 이유 #2

by Oceanic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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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접어든 오월의 어느 날 입니다.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고 바람은 갈 길을 잃은 듯 가로수 나무가지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설레임과 주저함으로 뒤섞인 마음의 닉은 수영복과 수경을 챙겨 수영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은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레인마다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닉는 수영을 마치고 난 후 느껴지는 심장의 묵직한 두근거림과 실리콘 수모 아래 붉어진 이마와 얼굴의 열기를 떠올립니다.

물에 들어가자 온 몸을 감싸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그에게 밀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순간, 어린 시절 친구들과 헤엄쳤던 강가의 조약돌과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강물결 위로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랑거렸던 햇빛 조각들이 시간을 거슬러 닉의 가슴속에 일렁입니다.

닉이 물에 몸을 기대며 스트로크와 킥을 시작하자 그의 몸이 물을 타고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팔과 다리를 스치는 물살 사이로 고개를 돌려 얕은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레인 줄의 색깔들이 바뀝니다.

턴을 하고 최대한 몸을 길게 뻗자 그에게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오직 내면의 침묵과 심장의 아우성 만이 그를 물질적 황홀과 첫 숨에 대한 갈망으로 채웁니다.

 


한 시간 쯤 지나자 닉은 멈추려는 충동과 계속 수영하려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수영은 더이상 기술이나 의식된 행동이 아니라 몸 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감각과 본능일 뿐입니다.

그리고 문득 하루키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의미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아무리 한심스럽더라도 계속 스텝을 밟아야 해."

이때가 바로 그의 행복의 순간이며 쾌락의 시간입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의 수영을 마치고 난 후, 닉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카페에 오늘의 수영을 글로 올립니다.
그 곳에는 수영에 관한 저마다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느새 그의 일상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수영에 관한 열정과 생활 방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어서, 닉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거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소식이 뜸해진 이에게 안부를 묻고 싶기도 합니다.

베이는 듯 날카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도 있고
카페인처럼 중독성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긴 하루 일과도 끝이 나자 그는 지쳤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닉은 이름 모를 친구들과 수영장 염소 냄새와 뻐근해진 어깨와 다시 고요해진 심장 소리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잠을 청합니다.

다가올 삶이 자신에게 던지는 어떠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대면할 준비가 된 것 같은 영감이 그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오래된 아레나 수경의 긁히고 벗겨진 코팅 렌즈 위로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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